경기 낙관하다 체면 구긴 정부 법인세만 25조 구멍
경기 낙관하다 체면 구긴 정부 법인세만 25조 구멍
경기 낙관하다 체면 구긴 정부 법인세만 25조 구멍
정부의 당초 추산보다 실제 걷힌 세금이 59조 1000억원이나 부족한
역대 최대 세수 결손 사태가 예상되면서 세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장밋빛 전망만을 내놓다가 3년 연속 두자릿수 세수 오차율을 기록하며 체면을 구긴
기획재정부의 부실한 경제 예측력도 도마위에 오르면서 개선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8일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국세수입은 당초 전망치인 400조5000억원에서 341조4000억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세수 오차율은 14.8%로 2021년(21.7%)과 2022년(15.3%)에 이어 3년 연속 두자릿수를 기록했다.
2021~2022년에는 예상보다 세수가 더 들어와 발생한 오차였지만 올해는 전망 대비 세입이 부족해
나타난 결손 오차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결손 기준 오차율은 1998년(13.9%) 이후 올해가 역대 최대다.
법인·소득·부가가치세 등 연간 세수가 50조원이 넘는 상위 3대 세목이 일제히 줄며 세수 오차가 커졌다.
법인세가 105조원에서 79조6000억원으로 24.2% 급감했고 소득세(131조9000억원->
114조2000억원), 부가세(83조2000억원->73조9000억원)도 각각 13.4%, 11.2% 감소했다.
정정훈 세제실장은 “3개년 연속 큰 폭의 세수 오차가 발생해 송구스럽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2021~2022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면서 기업 실적이 예상 외로 빨리 좋아졌고 전
세계적인 통화팽창까지 더해지면서 초과세수가 생겼다”며
“올해는 고금리 상황에 반도체부터 시작해서 급격하게 경기하방 압력이 생기면서 법인세와 자산세수가 감소했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추가 국채 발행을 위한 추가경정 예산안 없이도 종전 재원으로 ‘운용의 묘’를
살리면 59조원 넘는 세수 결손을 메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일단 내국세의 약 40%를 지방교부세·지방교육재정교부금 명목으로 지방에 건네주는
법규정에 따라 세수 부족분 59조1000억원 중 23조원은 지방 부담이 된다.
이를 뺀 중앙정부 부담 36조1000억원은 약 4조원의 세계잉여금(정부가 쓰고 남은 돈),
24조원인 외국환평형기금 등 기금 여유재원을 활용한다.
또 연내 집행이 어려운 사업에 돈을 쓰지 않는 방식(불용 예산)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통상 불용 예산은 연간 4~8조원 선이다.
신중범 기재부 국제금융국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오른 원달러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 외환당국이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들이면서 외평기금에 원화가 충분히 쌓였다”며
“외평기금을 조기 상환해 일반회계 재원으로 활용해도 외환시장 안정에 충분한 여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잇단 세수 추계 오류에 경제 방향을 가늠하는 기재부 신뢰성이 훼손됐다는 점은 또 다른 문제다.
이날 기재부는 민관 합동 세수추계위원회에서 전문가 참여를 늘리고,
국회 예산정책처와 협업을 강화한다는 원론적인 세수 오차 개선책을 내놨다.
기재부는 큰 세수 오차율 보였던 2019년과 2022년에는 한국조세재정연구원과 협업해 추계 모형을 다듬고,
민관 합동 세수추계위원회 등을 신설하는 대책을 내놨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자체 구축한 세수 거시 경제모형이 기업 경기나 부동산 시장 현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며
“민간 전문가 검증 체계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는 “추계 모형이 외부는 커녕 민관 합동 세수추계전문위 내부에서도 제대로 공유되지 않는다”며
“추계 모형을 조세재정연구원 등에 공개하고 기재부에 조세 전문 인력을 추가 채용하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세수추계전문위 명단을 공개하고 위원회 내 거시경제 전문가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기재부의 세수 추계 모형을 공개해 철저하게 외부 검증을 받도록 하고 세수
추계 시기와 빈도를 조정하자는 주장도 내놓는다.
현재 세입 예산안은 전년도 7~8월에 편성하기 때문에 하반기 경기 등 주요 변수를 충분히 담지 못하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