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마른 기업들 “건물·지분 팔아 현금 마련” 실탄 확보 비상
돈줄 마른 기업들 ;국내 기업들이 불필요한 자산을 처분하고 핵심사업까지 매각하면서 전방위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 위축이 이어지며 수익성 악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어서다.
금리 인상으로 회사채 발행이나 금융권 대출 부담이 커지면서 직접 매각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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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업계에 따르면 SK가스는 터키 유라시아 해저터널 투자사업을 하는 싱가포르
SK HOLDCO(홀드코) 지분(36.49%)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매각 완료 시 1430억원가량을 확보하게 된다. SK가스는 유동성 확보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두산그룹 지주사 ㈜두산은 차입금 상환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자회사 두산에너빌리티 지분 34.97% 중 4.47%를 처분해 5722억원을 마련했다.
두산에너빌리티도 지난 9월 두산메카텍 지분 100%를 범한산업과 메티스톤에퀴티파트너스에 매각했다.
매각대금 1050억원을 재무구조 건전성 제고에 쓸 방침이다. SK스퀘어는 신규 투자재원 확보를
위해 의료용 기기 제조기업 나노엔텍 지분 28.4% 전량을 장외거래로 약 580억원에 처분할 예정이다.
건물과 토지 매각도 활발하다. 한라그룹의 자동차 부품 제조기업 만도는 경기 성남시 글로벌
R&D센터 건물을 4000억원에 처분했고, 한진칼의 칼호텔네트워크는 제주KAL호텔 건물과 토지를 950억원에 매각했다.
돈줄 마른 기업들
STX중공업은 대구공장 건물과 토지를 407억원에, HJ중공업은 인천 소재 건물과
토지를 770억원에 처분했다. 모두 차입금 상환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서다.
핵심사업을 매각해 실탄 확보한 후 신규사업 확대에 나서기도 한다.
SKC는 지난 6월 회사 캐시카우인 필름사업을 한앤컴퍼니에 1조6000억원에 매각했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이차전지와 반도체 위주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신성장사업에 자금을 투입하기 위해서다.
효성첨단소재는 울산 언양공장 토지와 건물을 매각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매각 대금 1500억원으로 미래 성장동력에 투자할 방침이라고 회사는 밝혔다.
최근 레고랜드 사태에서 촉발된 회사채·단기자금시장 경색 등으로 신용등급이 높은 대기업도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들은 필요 자금을 회사채나 CP 발행 등을 통해 마련해왔으나 최근 일련의
사태들로 인해서 자금조달 시장이 경색되면서 기업 스스로 자구책 마련에 나서는 것”이라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내년 초까지는 현금을 확보하려는 국내 기업들의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대기업 10곳 중 3~4곳은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도 감당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준금리가 3%로 인상되면, 취약 기업 수는 10곳 중 약 6곳(59%)으로 증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