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업 향방 칩4 논의·美 반도체법·中 기술 추격 “넘어야 할 산은 많고도 높아”
반도체 산업 향방; 미국 주도의 반도체 동맹인 ‘칩4(Chip4·한국 미국 일본 대만)’와 자국 반도체 생산을 장려하는
미국의 ‘반도체와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영향에 대해 전문가들은 긍정과 부정이 혼재한 평가를 내놨다.
미·중 기술패권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방과 ‘경제 동맹’을 강화하는 미국과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 사이에 낀 국내의 현실을 생각해야 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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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반도체 전문가 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6.6%는 ‘칩4 논의’ 국내 반도체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응답했다.
‘부정적’이라고 답한 전문가 비중도 46.7%에 달해 논의에 더 신중하게 임해야 한다는 점을 암시했다.
박진섭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반도체 산업은 엄청난 국제 분업 구조로 돼 있기 때문에 칩4 대화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면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과의 연구개발(R&D)·공급망 협력 등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한편 미·중 경쟁 심화 및 중국 반발에 따른 부작용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진단했다.
기술도 중국의 맹렬한 추격을 받고 있다. 일례로 지난주 애플이 메모리 반도체의 신규 공급처로 중국 YMTC를 낙점하면서 국내 반도체산업에 위기감을 안겼다.
YMTC가 애플에 공급하게 될 낸드플래시 부문은 한·중 간 기술 격차가 1~2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산업 향방
‘미국의 반도체와 과학법’의 영향에 대해서는 ‘긍정적’ 전망이 50%, ‘부정적’ 전망은 40%로 집계됐다. ‘큰 영향 없을 것’이라는 답변은 10%에 그쳤다.
정의영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반도체와 과학법’으로 인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미국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가드레일 조항 때문에 중국 투자가 제한받는 등의 부정적 요인도 있다.
하지만 반도체 개발·설계 분야에서 기술적 우위에 있는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도 또한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내 반도체산업의 단기적 위협요인으로는
▲글로벌 반도체 수요 감소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글로벌 금리 인상 기조 ▲우크라이나 전쟁 순으로
우려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전문가들은 반도체산업 발전을 위해 가장 시급한 정책과제로
‘칩4 대응 등 정부의 원활한 외교적 노력’(43.3%)
‘인력 양성’(30%) ‘R&D 지원 확대’(13.3%)
‘투자에 대한 세제·금융 지원 확대’(10%)
‘반도체 소재에 대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3.4%)
을 차례로 꼽았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전체 수출의 5분의 1을 담당하는 반도체 수출이 감소한 상황에서 지난주 정부가 ‘수출경쟁력 강화 전략’ 발표를 통해 반도체에 대한 기업투자와 인력양성을 약속한 것은 다행”이라 평했다.
하지만 “해외기술기업 투자·인수를 위한 특단의 제도 개선과 반도체 경쟁국 사이에서의 적극적이고 세련된 외교 등 반도체 분야 초격차 유지를 위한 보다 근원적 노력이 필요한 시기”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