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박멸 최전선 인천항의 무자비 방역 작전
벌레 박멸 최전선 인천항의 무자비 방역 작전
벌레 박멸 최전선 인천항의 무자비 방역 작전
인천항을 지난 15일 찾았을 때, 미국 워싱턴주에서 도착한 약 5만7000톤급 선박이 검역을 위해 정박해 있었습니다.
방역복을 갖춰 입은 검역관들이 선박의 다섯 개 화물칸을 돌아다니며 샘플을 채취하고 병해충 검사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이 화물칸에는 밀가루 원료가 되는 소맥이 약 8000톤에서 최대 1만2000톤씩 실려 있었습니다.
만약 이 검사 과정에서 벌레의 사체나 알, 아니면 식물 병해의 흔적이라도 발견된다면, 즉시 정밀 검역을 요청합니다.
필요 시 전량 소독 처리하거나 반송 및 폐기 절차를 거치며 철저히 관리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검역이 끝난 물품들이 향하는 냉장 창고는 인천항에서 차로 약 10분 거리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곳은 수입 식물과 화훼류를 보관하고 검역하는 중요한 전초 기지의 한 축을 담당합니다. 하루에도 수천 건에 달하는 농산물과 생화들이 이곳에서 꼼꼼한 검역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검역관들은 예를 들어 이날 중국에서 수입된 국화 22만 본 중 무작위로 뽑은 1200개의 샘플을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이렇게 흰 시트 위에 꽃을 뒤집어 세우고 손으로 털어가며 총채벌레 등의 해충 유무를 판별하는 모습은 여전히 수작업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상기시킵니다.
검역관 A씨는 “품목마다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수입량의 약 2% 정도가 랜덤으로 검역 대상이 된다”고 업무 과정을 설명했습니다.
그는 검역 후 처리에 대해 “검사를 통과한 상품은 소각장으로 보내지거나
필요한 경우 수입업자에게 인도되기도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검역이 이렇게 엄격하게 이루어지는 이유는 외래 해충이 국내로 유입될 경우 농가에 회복 불가능한 막대한 피해를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010년부터 2011년에 걸쳐 충남 공주의 사과밭과 전남 구례의 산수유 마을에서 발생했던 ‘갈색날개매미충’ 피해 사례는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잘 보여줍니다.
중국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해충은 과실나무 가지에서 즙을 빨아먹으며 나무를 말라 죽게 만듭니다.
이 갈색날개매미충은 처음 발견된 2013년에는 약 718헥타르의 지역에 발생했지만, 2023년 들어서 그 면적이 무려 1만 헥타르까지 늘어났습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식물검역1과 조규황 과장은 “병해충이 국내에 정착하면 이를 완전히 박멸하는 데 수년간 막대한 인력과 예산이 소요된다”며 검역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최근 들어 이런 검역 물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이 절정이었던 2020년에는 수출입 검역 건수가 약 155만6000건이었으나, 지난해는 이 수치가 232만3000건으로 뛰면서 60% 이상 증가했습니다.
특히, 해외 직구의 확산으로 과일, 채소, 목재, 종자 같은 농축산물의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검역 건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작년 해외 직구 거래액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였던 2020년에 비해 거의 두 배 가까운 약 7조9583억원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물류량은 급증하는 반면, 검역 인력은 여전히 부족한 상태입니다.
검역본부는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현재 AI 기반 자동화 검역 기기를 인천공항에서 시범 운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