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책임진다 큰소리 친 정부 어린이집 예산 15% 칼질
저출산 책임진다 큰소리 친 정부 어린이집 예산 15% 칼질
저출산 책임진다 큰소리 친 정부 어린이집 예산 15% 칼질
눈 뜨고 당할 순 없지 1년새 600% 급증한 서울 임차권등기명령
서울 성북구 장위동의 한 신축아파트에 거주하는 김 모 씨(35)는 최근 13개월된
아이가 내년 3월부터 다닐 어린이집을 알아보다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1200세대가 들어선 단지 내 어린이집이라곤 국공립 어린이집 한 곳뿐이라 120번이 찍힌 대기번호표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큰 도로 건너 있는 주변 아파트단지 어린이집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아침마다 차량을 타고 이동해야 하는 번거로운
위치에 있지만 이마저도 수십, 수백번이 찍힌 대기번호를 주는 것 외엔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김 씨는 “곧 아내가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을 해야 하는데 어린이집 자리가 언제 날지 몰라 전전긍긍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기록적인 저출산의 여파로 민간 어린이집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는 가운데 보육 수요의 방파제 역할을 해줘야할 국공립
어린이집 신설에 들어가는 내년 예산이 15% 넘게 삭감된 것으로 확인됐다.
저출산 극복을 위한 공공보육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기본적인
국공립 어린이집 증가는 더뎌질 것으로 보여 저출산이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복지부 내년도 예산안의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분야는 417억원으로 올해(492억원)보다 75억원(15.3%) 줄어들었다.
해당 예산은 지난해에도 19.3%(117억3000만원) 줄어들었는데 재차 삭감되며 400억원 선도 위협받게 됐다.
국내 어린이집 수는 저출산 현상이 심각해진 2010년대 중후반부터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2020년말 기준 어린이집은 3만5352개였지만 이듬해 2000개가 넘게 줄어 3만3246개로, 작년엔 3만923개로 쪼그라들었다.
올해엔 더욱 감소해 6월 기준 2만9236개다.
감소세는 민간·가정 어린이집에서 더 가파르다.
민간에선 저출산으로 인해 어린이집 신설 유인이 사라졌고, 운영하던 어린이집도 문을 닫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2020년 말 2만7039개였던 민간·가정 어린이집은 지난 6월 기준 2만41개로 25% 넘게 줄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해 태어난 출생아수가 25만명에 불과할 정도로 저출산이 심각한 상황에서 어린이집 축소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민간 보육기관이 썰물 빠지듯 선제적으로 사라지며 5세 이하 영유아를 둔 부모들은 오히려 보육 절벽에 맞닥뜨리게 된다는 점이다.
특히 인구가 밀집된 아파트단지에서 어린이집이 태부족한 경우가 많은 상황이다.
이같은 보육 수요-공급의 괴리를 충당하는 것이 국공립어린이집을 중심으로 한 공공보육이다.
대통령실은 지난해 국공립 어린이집 예산 삭감에 대해 해명하며 “공공보육시설
이용률을 50% 까지 올리는 부모의 양육부담을 완화하고 적극적인 보육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제는 지역 사회와 국가가 보육의 책임을 대신해야 한다”며 “가정의 양육부담 완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예산 축소로 공공보육 분야 확대는 속도가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2020년 신설된 국공립 어린이집은 634개였지만 2021년엔 479개, 지난해엔 364개로 매해 줄고 있다.
공공보육시설 이용률 50% 달성도 현재로선 요원하다.
6월 기준 전체 어린이집중 국공립의 비율은 20.5%에 불과하다.
복지부는 예산 감축에 대해 “민간 어린이집을 리모델링하거나 장기임차해 국공립어린이집으로 활용하는
정책 예산을 내년과 내후년 2개년으로 나눠서 감축됐을뿐 어린이집 확충 개수는 변함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의 저출산 대응 예산중 출산·양육 분야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올해 발간한 ‘인구위기 대응을 위한 저출산 정책 및 재정사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저출산 대응 예산은 매년 증가중이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저출산 예산 비율은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전체 예산은 2006년 2조1000억원에서 2016년 21조4000억원, 지난해 51조7000억원으로 늘었지만,
가족지원 예산(아동수당·육아휴직 및 보육 지원 등 예산)은 국내총생산(GDP)대비 1.65%로 OECD 평균(2.29%)보다 현격히 낮았다.
예정처는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상의 목표가 모호했다”며 “저출산 예산 범위를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