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꼬리 ODA 개도국 표 놓쳐 사우디에 맞설 전략도 약했다
쥐꼬리 ODA 개도국 표 놓쳐 사우디에 맞설 전략도 약했다
쥐꼬리 ODA 개도국 표 놓쳐 사우디에 맞설 전략도 약했다
잡초무성한 공터에 컨테이너 하나 지방 산단 베트남에 기업 다뺏겨
‘오일머니’를 내건 사우디아라비아에 막혀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의 부산 유치는 무산됐지만 민관이 하나로 뭉쳐 일군 경제·외교 영토는 성과로 남았다.
다만 국가 경제 발전에 큰 마중물이 될 수 있는 행사 유치 전략을 꼼꼼히 세우지 못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워낙 큰 표 차이로 탈락하면서다. 사실 한국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13위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했지만 공적개발원조(ODA) 수준이 빈약하다는 고질적인 약점이 있다.
글로벌 중추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선 엑스포 유치 과정에서 노출된 약점을 보강해 경제·외교 네트워크를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총체적인 전략의 부재가 아쉬웠다는 지적도 많다. 한국은 사우디보다 1년 늦게 유치전을 시작했다.
엑스포 유치를 국가 사업으로 정해놓고도 윤석열 정부 출범 뒤에야 유치전에 나섰다.
반면 사우디는 2021년 10월 유치 접수 직후부터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주도로 나라별 맞춤 공략에 들어갔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우디가 승리한 배경에는 오일머니뿐만 아니라 상대국에 대한 상세한 분석을 바탕으로 한
‘조용한 외교’가 있었다”며 “이미 사우디에 포섭된 국가가 초반부터 많이 있었는데 한국이 이를 기민하게 읽지 못하고 과도하게 자원을 투입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엑스포 위원들을 설득하는 데는 철저한 논리가 필요한데 ‘하면 된다’는 구호를 내세워 무작정 나선 면이 있다”고 말했다.
아프리카를 비롯한 개발도상국에 대한 사전 투자가 부족했다는 점도 뼈아픈 대목이다. 29일 국무조정실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ODA 실적은 27억9000만달러로 OECD 산하 개발원조위원회(DAC) 30개국 중 16위에 그쳤다.
ODA는 개도국 경제·사회 발전 등을 위해 유·무상으로 지급하는 지원금이다.
국가 경제 규모에 비해 개도국을 돕는 비중은 더 낮다.
한국은 2010년 DAC에 가입한 후 해외 원조를 늘리기 시작했으나 지난해 국민총소득(GNI) 대비 ODA 비율은 0.17%(28위)에 불과하다.
DAC 회원국 평균(0.36%)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아프리카 개발 사업을 추진 중인 한 공기업 관계자는 “개도국 사이에서는 한국이 중추국가를 지향하고
있지만 ODA는 그에 걸맞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며 “엑스포 유치 과정에서
만성적으로 저조한 ODA 실적이 개도국 표심을 잡는 데 제약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부는 내년 ODA 예산으로 6조5000억원을 편성하며 올해보다 44.4%나 늘린다는 방침이지만 여야 정쟁에 예산 국회가 공전하고 있어 얼마나 증액될지는 미지수다.
엑스포 유치 과정에서 구축된 광범위한 글로벌 네트워크가 야당 반대로 급격히 약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 역시 크다.
정부는 내년 룩셈부르크, 자메이카, 수리남 등 12개국에 새로 외교 공관을 설치할 예정이다.
이후 매년 공관을 늘린다는 방침이지만 엑스포 유치 실패를 이유로 야권에서 관련 예산 편성에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 예산에 대한 언급 대신 “가덕도신공항과 광역교통망 확충 등 부산의 현안
사업이 중단 없이 계속 추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벌써 민주당 일각에서는 ‘혈세 낭비하는
해외관광 그만하고 민생에 집중할 때’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엑스포 유치에 실패하면 관련 예산이 삭감될 가능성에 대해 “엑스포와 글로벌 외교 네트워크 관련 예산은
다른 얘기”라며 “청년이 중심이 되는 경제외교를 활성화하는 데 여야가 없고 이견도 없으리라 믿는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