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규제완화 소식에도 눈치만…”분양가 상한·시장 불확실성 여전”
정부가 ‘8·16 대책’을 통해 재건축 부담금과 안전진단 제도에 대한 규제완화를 예고한 가운데 예상 수혜지역으로 꼽혔던 양천·노원·도봉구 등은 정부 발표 이후 이틀째 비교적 잠잠한 모습이다. 이미 기대감이 가격에 선반영된 측면이 있는 데다가, 원자잿값 상승과 금리인상 등의 영향으로 사업 리스크도 여전한 상황이다. 향후 정부가 구체화해 내놓을 규제완화의 폭과 정도에 따라 시장 반응도 가시화할 전망이다.
18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도봉구의 아파트 매물(매매)은 이날 기준 2105건으로 정부 대책이 있던 16일(2011건) 대비 4.6% 늘었다. 양천구도 같은 기간 2647건에서 2718건으로 2.6%, 노원구도 4839건에서 4963건으로 2.5% 증가했다. 이들 지역은 정부가 안전진단제도 개선을 예고하면서 수혜를 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지역이다. 안전진단제도는 재건축 사업의 최대 걸림돌 중 하나로 지목돼 왔다.
정부는 2018년 안전진단 규제를 강화했다. 안전진단 평가 항목 중 구조안전성 가중치가 20%에서 50%로 상향됐다. 정밀안전진단결과 D등급을 받고 공공기관에서 적정성 검토를 통과하지 못하는 사업장이 크게 늘었다. 안전진단 규제 강화 이후 4년간 서울에서 안전진단을 통과한 사업장은 5개에 불과했다.
도심 주택 공급확대를 주요 정책목표로 내세운 정부는 지난 16일 구조안전성 가중치를 합리적인 수준(30~40%)으로 조정하고,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는 제한적으로 시행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안전진단 제도개선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업계는 목동·창동 등 초기 재건축 대상 단지가 몰려 있는 지역의 안전진단 신청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시장에 매물이 즉각적으로 감소하는 등, 과거 정부의 대책 발표 때마다 요동치던 시장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이다. 양천구 목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최근 들어 매수문의가 실종됐다고 말할 수 있는 정도였는데, 정부 발표 이후라고 해서 별로 다른 점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매물을 내놨던 집주인들이 정부 대책에 따른 영향을 문의해오고는 있지만 호가 조정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파트값 하락이 이어지고 있는 노원구와 도봉구 등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들의 의견이다.
규제완화 기대감에도 재건축 사업의 각종 리스크는 여전하고, 경기 침체 우려도 큰 만큼 부동산 시장이 급반전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원자잿값 상승, 금리인상에 따른 사업비용 증가가 대표적 위험요인이다.
코로나19 이후 원자재 대란으로 건설원가가 급등하면서 재건축 조합과 시공사의 원가 부담이 크게 증가한 상태다. 건설사들은 건설원가·인건비 상승 우려로 착공을 꺼리고 있다. 시공사 선정 과정에 있는 재건축 조합들은 건설사들의 제한적인 입찰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는 지난 6월 정비사업 추진과정에서 발생하는 필수 비용을 분양가 산정시 반영키로 하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관리 제도도 일부 개선했다. 다만 그 영향력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고분양가 심사 기준 개선 이후 첫 심사 현장이었던 부산 양정1구역 일반 분양가는 평당 1755만 원으로 책정됐다. 지난해 12월 승인된 일반 분양가 대비 약 10% 올랐지만, 시장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재건축 부담금·안전진단 제도 완화와 함께 분양가에 대한 규제도 더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강배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급상승한 건축비용과 금융비용을 감안할 경우, 조합원 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일반 분양가 상향을 통한 사업 매출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택 270만 호 공급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원활한 공급을 촉진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가시적인 사업성 개선이 확인될 때까지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의 관망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