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경원 베팅한다고? 반도체 쩐의 전쟁이 시작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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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천, 만, 억, 조, 경, 해… 우리말로 숫자를 세는 이런 단위들.
어렸을 적 어디선가 배워서 친구들과 이야기했던 기억이 있으신가요?
그때만 해도 ‘경’이나 ‘해’ 같은 단위들을 그저 큰 숫자 정도로 느끼며 가끔 언급하곤 했는데, 어른이 되어선 떠올려 본적조차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최근 들어 ‘1경’이라는 숫자가 경제 뉴스에 등장하기 시작했어요.
상상조차 힘들 정도로 큰 이 숫자. 왜 갑자기 언급되는 걸까요?
지난 11일 전해진 뉴스 하나는 전 세계 투자자들을 술렁이게 했어요.
‘챗GPT의 아버지’로 불리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AI용 반도체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최대 7조 달러 규모의 자금을 모집하고 있다는 소식이었어요.
7조 달러는 우리 돈으로 약 9400조원에 이르는 돈이에요.
실제로 ‘1경원’에 육박하는 금액이어서 일부 한국 언론은 올트먼의 행보를 ‘1경원 투자’로 불렀고요.
이 돈으로 AI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위탁 생산시설)를 만들고, 기존에 반도체를 만들던 업체에 생산을 맡기는 방식을 구상 중이라고 해요.
얼마 전 올트먼 CEO가 국내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방문해 ‘반도체 동맹’을 논의했다는 소식을 전해드렸는데요.
이렇게 세계적 기업들이나 재벌을 찾아다니며 논의한 사업 규모가 무려 7조 달러에 달했다는 뜻이겠죠.
사실 7조 달러는 챗GPT가 요즘 아무리 잘나간다고 해도 상상하기 힘든 금액이에요.
세계 시가총액(전체 주식 가치의 합) 기준 1·2위인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를 동시에 사고도 남아요.
일본 주식시장을 아예 통째로 사버리거나, 한국 정도 규모의 주식시장을 4개쯤 살 수도 있죠. 삼성전자는 20개쯤 살 수 있고요.
올트먼이 너무 많은 금액을 모으려 한다며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많아요.
지난해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전체 매출액을 합해봤자 5270억 달러쯤이었거든요.
반도체 사업을 하겠다면서 세계 시장 규모의 13배가 넘는 금액을 투자받으려 하고 있는 거예요.
반도체 경쟁을 위해 천문학적 금액의 투자에 나선 건 샘 올트먼 CEO뿐이 아니에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벤처 투자자 중 한 명인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도 최대 1000억 달러(약 134조원)에 달하는 자금 모집에 나섰어요.
7조 달러와 비교하자니 초라해 보이긴 해도, 사실 엄청나게 큰돈이죠.
손 회장이 이끄는 세계 최대 벤처 펀드인 소프트뱅크비전펀드와 비슷한 규모이고요.
손 회장은 올트먼 CEO가 추진 중인 반도체 사업에 협력하고 있지만, AI 반도체 시장에서 강자로 떠오르기 위해 자체적인 투자에도 나서겠다고 선언한 모양새예요.
프로젝트명은 일본에서 ‘창조와 생명의 신’을 뜻하는 ‘이자나기(Izanagi)’라고 지었대요.
투자 자금을 모으는 샘 올트먼 CEO와 손정의 회장의 전략은 비슷해요. 중동 산유국의 자금을 끌어들이는 거죠.
손 회장의 경우 300억 달러는 소프트뱅크가 내고, 나머지 700억 달러는 중동 국가를 중심으로 투자받겠다는 계획이에요.
올트먼 CEO도 AI 분야 투자에 적극적인 소프트뱅크 같은 기업들은 물론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산유국 투자자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해요.
세계적 기업가들이 거액을 투자하겠다고 나선 이유는 AI 개발의 핵심이 반도체이기 때문이에요.
얼마 전 레터에서 설명드렸지만, 간단히 짚고 넘어가 볼게요. 올트먼 CEO와 손 회장이 천문학적 투자를 준비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