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감자 소고기 비싸도 너무 비싸 한은 꼬인 유통구조 탓
사과 감자 소고기 비싸도 너무 비싸 한은 꼬인 유통구조 탓
사과 감자 소고기 비싸도 너무 비싸 한은 꼬인 유통구조 탓
휘발유 미리 넣어놔야 하나 유류세 인하폭 7월부터 줄어든다
한국은행이 “전체 물가 상승률이 둔화하고 있지만, 국민들 체감도는 떨어진다”며 그 원인으로 의식주 물가 상승세를 지목했다.
한은은 통화정책만으로 생활 물가를 잡는데 한계가 있다고 선을 그으며
국민들이 먹고사는 문제를 풀려면 복잡하게 꼬인 농산물·의류 유통 구조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정부에 메시지를 던졌다.
18일 한은은 ‘우리나라 물가 수준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최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세)이 둔화하고 있으나
누적된 물가 상승으로 물가 수준은 크게 오른 상태”라며 “식료품, 의류 등 필수 소비재 가격 수준이 높아 생활비 부담이 크다”고 진단했다.
영국 경제 싱크탱크인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의식주(의류·신발·식료품·월세) 물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00보다 55% 높았다.
인터넷비나 외래 진료비는 주요국의 40%선으로 저렴했지만, 사과, 감자를 비롯한 농식품 가격은 2~3배 더 높았다.
세부적으로 지난해 OECD 평균 물가를 100으로 잡았을 때 한국에서 사과 가격은 279에 달했고
감자(208), 오이(165), 쇠고기(176)를 비롯한 먹을거리 가격도 주요국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문제는 시간이 지날 수록 식료품 가격 부담이 누적적으로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1990년 한국의 식료품 물가 수준은 OECD 평균의 1.2 배였지만, 지난해 1.6 배로 격차가 확대됐다.
같은 기간 공공요금 수준은 OECD 평균의 0.9 배에서 0.7 배로 낮아진 것과는 확연히 다른 흐름이다.
한은은 농산물 가격 부담이 지속되는 원인으로 영세한 영농 규모로 인한 낮은 생산성과 높은 유통 비용을 꼽았다.
실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출하, 도매, 소매단계를 거치며 불어난 농산물
유통비용은 전체 제품 가격의 49.7%에 달했다. 1999년에는 39%였다.
일부 과일의 경우 수입 공급 창구가 막혀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거론됐다.
현재 정부는 까다로운 검역 절차를 통해 사과를 비롯한 주력 과일 수입을 사실상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농가를 의식해 이 같은 검역 절차를 두면서 과일 가격이 올라도 수입을 통해 가격을 내릴 방법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은은 기후 변화도 장기 농산물 물가 변동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기후 충격으로 기온이 1℃ 오르면 농산물 가격 상승률은 0.4~0.5%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추산됐다.
또 월간 평균기온이 장기평균(1973~2023년)보다 1℃ 오르는 경우 1년 후 농산물 가격은 2%, 전체 소비자물가 수준은 0.7% 상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임웅지 한은 조사국 차장은 “과도하게 높은 필수 소비재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공급채널 다양화
유통구조 개선이 긴요하다”며 “공공서비스의 경우 (점진적 가격인상을 통한) 공급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물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재정투입을 통한 단기 대응보다는 구조적인 측면의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며
“향후 고령화로 재정여력은 줄어드는 반면 기후변화로 생활비 부담은 늘어날 가능성이 커 재정투입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농산물 유통구조 개편 필요성에 공감대를 표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농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서는 공급 안정이 핵심”이라며 “정부 차원의 수급 관측 능력을 높이고
스마트팜이나 자본 집약적인 농업을 활성화해 공급 안정을 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온난화로 인해 과실 공급면적이 줄어드는 데 따라 설비 투자를 지원을 더 강화해
공급을 늘리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농가 생산비용 중 상당 부분이 외국인 인력 고용에
들어가는 현실을 감안해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 생산 단가 인하를 노리는 방법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