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가공식품 값 …전기·가스요금보다 더 무섭다
치솟는 가공식품 값 ;치솟던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지만 가공식품은 10개 중 4개가 넘는 품목이 지난달 10% 이상 오르는 등 무섭게 뛰고 있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원인으로, 1년 만에 23.1%나 오른 전기·가스·수도 요금보다 가공식품이 전체 물가를 더 많이 밀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조사 대상인 가공식품 73개 품목 중 전년 동월 대비
10% 이상 오른 품목은 31개(42.5%)로 집계됐다. 전체 품목의 42.5%로 절반에 가까운 수준이다.
가격이 1년 전보다 10% 넘게 뛴 품목은 1월 13개에서 4월 20개, 7월 25개, 10월 28개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이달에는 가공식품 73개 중 70개 품목의 가격이 상승했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식용유가 43.3%로
가장 많이 올랐고 밀가루(36.1%), 치즈(35.9%), 시리얼(29.1%), 부침가루(28.5%)가 뒤를 이었다.
국수(28.1%), 물엿(27.3%), 김치(22.4%), 드레싱(20.6%), 카레(20.5%), 잼(20.1%)도 20% 넘게 뛰었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월 6.3%로 정점을 찍고 5%대에서 움직이다가 11월 5.0%로 둔화됐다.
하지만 가공식품은 1월 4.2%에서 전체 물가가 정점을 찍은 7월 8.2%까지 오른 후에도 10월 9.5%, 11월 9.4%까지 급등했다.
지난달 상승폭은 전월 대비 0.1%포인트 내렸지만 여전히 9%대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가공식품이 지난달 전체 물가 상승률 5.0%에서 기여한 비중은 0.81%포인트로 집계됐다.
전기·가스·수도요금은 1년 전보다 23.1% 오르면서 전체 물가를 0.77%포인트 밀어올렸는데 이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치솟는 가공식품 값
가공식품은 10월에도 전체 물가 상승률(5.7%)에서 0.83%포인트를 기여해 전기·가스·수도요금(0.77%)보다 물가를 더 많이 자극했다.
문제는 가공식품은 한 번 가격이 오르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하방 경직성이 크다는 점이다.
곡물·팜유·원유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가공식품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곡물 수출량이 줄어들면서 세계식량가격지수 또한 지난 3월 159.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낙농진흥회가 원유(原乳) 가격을 올해 L당 49원씩 올리기로 하면서 우유는
물론 치즈, 빵, 아이스크림 등 우유를 주원료로 하는 가공식품 등의 가격이 줄줄이 오르는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국은행 역시 가공식품, 외식 가격 상승을
주목하면서 우유, 빵 등 관련 품목이 추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달 전체 물가 상승세가 꺾인 것도 물가가 크게 올랐던 1년 전 기저효과가 일시적으로
작용한 측면이 있어 현 시점에서 물가 오름세가 꺾였다고 단정하기엔 이르다는 점도 변수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가공식품 등 공업제품과 외식 등
개인서비스, 전기가스 수도요금이 높은 오름세를 지속한 데 따른 것”이라며 “(최근) 원유 가격 인상을
고려했을 때 가공식품 출고가 인상이 지속되며 물가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