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폐지했더니 가업승계 빨라지고 조세회피도 안하더라
상속세 폐지했더니 가업승계 빨라지고 조세회피도 안하더라
상속세 폐지했더니 가업승계 빨라지고 조세회피도 안하더라
스웨덴은 19년 전인 2004년 상속·증여세를 폐지했다.
당시 여야 정당이 모두 동의했고, 사회적 갈등도 일지 않았다.
19년이 지난 지금 상속·증여세 효과와 해석을 두고는 의견이 갈린다.
먼저 경제 성장에 큰 도움이 됐다는 주장이 있다.
스웨덴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때를 제외하곤 거의 매년 경제 성장을 이뤘다.
‘복지천국’이라 불릴 정도로 사회적 지출이 많은 나라인데도 경제 성장을 지속하는 배경으로 상속·증여세 폐지가 가져온 경제활력을 꼽는다.
스웨덴을 대표하는 다국적기업인 ‘이케아’와 ‘테트라팩’ 등이 모국을 떠났다가 돌아오기도 했다.
세수 측면에서 봐도 2000년 51%였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금 비율이 2014년 44%까지 떨어졌으나 같은 기간 세수는 오히려 30조원 늘었다.
스웨덴은 조세 징수 규모가 큰 국가이기 때문에 상속세 폐지로 인한 영향 자체가 크지 않고,
따라서 경제 성장과 연관성이 작다는 반박의 목소리도 나온다.
2021년 기준 스웨덴의 GDP 대비 세금 비율은 42.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34.1%)보다 훨씬 높다.
또 실제로 2004년 당시 상속·증여세가 전체 국세 수입에서 차지한 비중은 0.2%에 불과했다.
이처럼 스웨덴의 상속세 폐지 효과를 두고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가운데
‘정답’을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올해 제24회 세계지식포럼을 찾았다.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스웨덴 재무장관을 지냈던 페르 누데르 AP3 회장이 주인공이다. AP3는 스웨덴 연기금이다.
그는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2000년대 초 스웨덴 중소·중견 가족기업들은
상속·증여세 때문에 가업을 승계하지 못하는 큰 어려움에 처해 있었다”며
“하지만 상속세 폐지 이후 가업 승계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그만큼 즉효약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속세 폐지의 또 다른 동기도 있다.
대기업과 초고액자산가들이 조세회피 전략을 세우기 너무 쉽다 보니 정부 입장에서 비효율이 매우 컸다”고 덧붙였다.
사실 스웨덴 상속·증여세 폐지의 가장 큰 미스터리는 정치다.
당시 좌우가 이 문제에 대해 대립하지 않고 한목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누데르 전 장관은 “그만큼 모두 상속세가 제대로 징수되지 않으면서 가업 승계만 가로막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여간 자본소득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상위계층의 자산 증식 또한 빠르게 이뤄져 소득 격차가 너무 벌어지게 됐다”며
“만약 지금까지 상속세가 있었다면 반대 여론이 너무 강해 폐지하기가 훨씬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누데르 전 장관은”한국 정부가 상속·증여세 폐지를 추진할 경우 반드시
‘원포인트’가 아닌 ‘패키지 개편’ 방식을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예를 들어 스웨덴의 경우 1990년대 초부터 기업이 주로 부담해야 할 탄소배출세를 신설하고 근로소득세는 낮췄다”며
“상속세를 폐지하는 유일한 방법은 대기업·고액자산가들이 조세 시스템 안에서 기여분을 늘리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2004년 세제 개편 단행 당시 나이가 41세에 불과했던 누데르 전 장관은
스웨덴의 공적연금 개혁 필요성에 대해서도 거침없는 소신 발언을 해 주목받은 바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젊은 세대의 부담이 커진다는 게 요지였다.
스웨덴은 1998년 ‘낸 만큼 받는’ 명목확정기여(NDC)형 방식으로 연금 개혁을 단행한 ‘모범 사례국’으로 꼽힌다.
누데르 전 장관은 “연금 개혁의 핵심은 숫자나 기술적인 부분이 아니라 개혁 자체를 지속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지”라며
“스웨덴 연금 시스템이 특별한 건 1998년 연금 개혁을 했기 때문이 아니라 이를 흔들림 없이
추진할 초당적 ‘연금워킹그룹(The Pension Working Group)’을 만들어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