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네이밍의 경제학 ,단지명에서 ‘LH’ 빼면 집값 8% 상승?
아파트 네이밍의 경제학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아파트 이름을 놓고 또다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공공분양 아파트를 분양받은 이들이 “LH와 연관된 이름 때문에 집값, 거주자 위신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며 이름을 바꿔 달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LH는 공공분양주택의 이미지를 쇄신하고 고급화하겠다며 ‘안단테(ANDANTE)’라는 브랜드를 2020년 9월 새로 출시했다.
[ 돈줄 마른 기업들 “건물·지분 팔아 현금 마련” 실탄 확보 비상 ]
LH는 그간 주공그린빌, 뜨란채, 휴먼시아, 천년나무 등 여러 주택 브랜드를 내놨지만, 호응을 얻지 못했다.
LH가 시세보다 저렴하게 분양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비하하는 단어인
‘휴거(휴먼시아 거지)’, ‘엘사(LH 주택에 사는 사람)’ 등의 신조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LH는 연구용역비 4억8000만원을 들여 안단테를 내놨지만 반응은 여전히 차갑다.
안단테 입주 예정자들은 ‘전국안단테연합회’를 결성하고 “입주 예정자들이
자체적으로 이름을 지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이마저도 어렵다면 “안단테와 시공사 브랜드 이름을 같이 쓸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가령 LH가 분양했지만, GS건설이 지은 단지는 ‘안단테 자이’로 하자는 것이다.
이들은 안단테 브랜드 역시 ‘안산데’, ‘안거지’, ‘안간데’ 등 비하·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까지 안단테라는 이름으로 분양을 마친 단지는 전국 20개, 1만7300여 가구로 내년부터 입주가 진행된다.
그러나 LH는 분양 전에 단지명을 이미 알렸기 때문에 단지명을 바꿀 수 없다는 입장이다.
LH는 “(안단테 등) 공공분양주택은 입주자모집공고문에 적용 여부를 고지해 분양 및 계약하고 있다”며
“입주 시에 공고문 내용대로 브랜드를 적용해 수분양자에게 인도해야 할 계약상의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아파트 네이밍의 경제학
이름 변경보다는, 품질·이미지 개선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장기적으로 높여간다는 방침이다.
LH는 “일관된 품질구현을 위해 사업 전 단계에 걸친 ‘품질·하자 시스템’을 구축 운영 중”이라며
“민간 브랜드와 동등한 수준의 품질확보를 통해 안단테 브랜드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공공분양에서만 아파트 이름을 놓고 갈등이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서울 양천구에 있는 ‘신정뉴타운롯데캐슬’은 단지명을 ‘목동센트럴롯데캐슬’로 바꾸기
위해 지난 2020년 말, 양천구청에 명칭 변경 신청서를 냈다.
‘신정뉴타운’보다 ‘목동’ 명칭이 여러모로 우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양천구청은 “명백히 신월동에 소재하는 아파트인데 이름에 목동을 넣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신청을 반려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아파트 브랜드 ‘아이파크’도 고초를 겪었다. 잇따른 붕괴 사고로 구설에 오르면서,
입주자 중 일부가 아파트값 하락을 우려하며 “아파트 이름에서 아이파크를 빼자”고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다.
2020년 ‘신천지’ 대구교회가 코로나19 주요 전파지로 지목되자, 경북 포항에 있는
우방신천지타운 주민들이 부정적 이미지를 우려해 아파트 이름 교체에 나선 것이다,
우방건설이 지은 이 아파트는 신천지 예수교와 아무런 관련이 없지만,
주민들은 이름 때문에 오해를 살 소지가 있다며 개명을 추진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이름 변경안을 놓고 찬반 투표를 진행했으나, 의결 정족수 미달로 이름을 바뀌진 않았다.
드물게 이름 변경이 성공하는 사례도 있다.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포일자이’는 단지명을
‘인덕원센트럴자이’로 바꿨다. GTX가 정차하는 인덕원역 호재를 반영하기 위해 단지명에 인덕원을 넣은 것이다.
이처럼 아파트 이름 변경에 집착하는 이유는 집값 영향이 크다.
아파트 이름 변경이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는 요지의 연구 결과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