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하락세, 한은 금리인상에도…원화, 초저금리 엔화보다 더 하락세
원화 하락세; 전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한 강달러로 주요국 화폐 가치가 줄줄이 급락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우리나라 원화의 약세 폭이 유독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지난달까지 사상 처음으로 4회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통화 긴축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원화는 최근 초저금리 정책을 유지 중인 일본 엔화보다도 더 하락하며 맥을 못추는 모습이다.
미·중 분쟁 여파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진데다 국내 무역수지도 적자폭을 키우고 있어 원화 하락세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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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달러에 원화·엔화 모두 급락
2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최근 연이어 연고점을 경신하며 상단을 높이고 있다.
전날 달러당 1355원을 넘어선데 이어 이날 1357원까지 돌파하며 1360원선에 가까워졌다.
우리나라와 상황이 비슷한 일본 엔화 역시 최근 140엔대까지 떨어지며 1998년 이후 최저치 기록을 다시 쓰고 있다.
세계적인 물가상승 영향으로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 대부분이 기준금리를 높이고 있다.
일본은 나홀로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이어가고 있어 엔화 투매 현상이 심해진 영향이다.
원화 하락세
문제는 이처럼 초저금리 정책을 유지하는 일본보다 최근 우리나라의 통화가치 하락세가 더 뚜렷하다는 점이다.
올해 누적으로 보면 전날까지 달러 대비 엔화는 17.91% 떨어졌고, 원화는 12.26% 떨어져 엔화의 하락폭이 더 컸지만, 지난 7월 이후로는 원화 하락세가 더 빨라지고 있다.
특히 한은이 지난 7월13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기준금리 0.50% 인상)’을 단행한 이후로 봐도 원화는 3.54% 하락해 엔화(2.02%)보다 감소폭이 컸다.
무역적자에 직격탄…맥 못추는 원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급격히 올리고 있는 만큼 원화와 엔화 모두 가치 하락이 불가피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무역수지 적자가 누적되면서 다른 나라에 비해 통화약세가 더욱 심해지는 분위기다.
우리는 수출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무역수지 적자가 쌓이면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돼 원화가치 하락을 부추긴다.
실제 지난달 무역수지 적자가 94억7000만달러로 1956년 이후 월간 기준 최대폭을 기록했다는 통계가 발표된 전날에는 원화가 1.28% 급락해 엔화(0.88%)보다 타격이 컸다.
여기에 원화와 동조화가 강한 중국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는 것도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위안화는 코로나19 봉쇄조치와 중국 부동산 업황 부진, 미·중 갈등 심화, 미진한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정책 등이 맞물리며 최근 고전을 면치 못하는 중이다.
한은은 “중국 경기침체 우려와 중국·대만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 등에 따른 위안화 약세, 우리나라의 지속적인 무역수지 적자 등으로 원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