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은 다 글렀다 상추값 131% 폭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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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은 다 글렀다 상추값 131% 폭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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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11시쯤 경북 안동시 예안면 한 고추밭. 990㎡(300평) 규모 밭에 심긴 고추는 연일 이어진 폭염에

누렇게 변색해 비틀어져 있었다. 매끈해야 할 열매는 잔뜩 쪼그라들었다. 백발이 성성한 농부는 “(햇볕에) 녹은 것”이라며 혀를 찼다.

농가들은 고추가 알맞게 익자마자 재빨리 수확하는 것 말곤 다른 대책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폭염에 작업속도를 내기 쉽지 않다. 일손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한다. 출하량은 떨어졌다.

고추뿐 아니다. 상추 주산지 충남 논산시 성동면은 지난 극한 호우에 비닐하우스가 물에 잠기면서

사실상 올여름 농사가 중단된 상태다. 빗물은 빠졌지만, 바닥은 아직 물기를 머금고 있어서다. 상추는 물과 상극이라고 한다.

습기가 많으면 ‘녹는 현상’이 발생해 모종이 자라지 않는다. 애초 농민들은 이달 20일쯤이면 새 모종을 심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땅이 마르지 않아 이달 말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성동면의 한 농민은 “올여름은 다 글렀다”고 말했다.

출하는 멈췄으나 여름 휴가철 상추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널뛰고 있다.

폭우에 폭염까지 겹치면서 ‘밥상물가’가 비상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적상추(100g) 가격은 한 달 전보다 131.3% 오른 2479원이었다. 시금치 가격도 132.1% 올랐다.

7~8월 보통 상추 4㎏ 한 상자당 도매가는 5만원선이다. 최근 15만원으로 거래된 곳도 있었다.

이달 들어 10만원 아래로 가격이 다시 내려갔지만, 당분간 비싼 가격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깻잎도 올랐다. 남부지방 깻잎 주생산 농가들이 피해를 보면서 깻잎 가격도 예년보다 50% 정도 오른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2㎏ 깻잎 한 상자 가격(도매가 기준)은 약 4만4000원으로 폭우 전 2만9000원보다 1만5000원이나 올랐다.

고깃집에선 무료로 주던 추가 야채도 3000원을 받는 곳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나마 경남 밀양과 함께 전국 최대

깻잎 생산지인 충남 금산도 폭우 피해가 있었지만, 규모가 크지 않아 출하량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다.

금산과 밀양은 각각 전국 깻잎 출하량의 32%를 차지한다.

더욱 심각한 건 수확량에 직격탄인 탄저병이 유행할 분위기란 점이다. 탄저병은 열매에 흑갈색 반점을 형성하고 과실을 부패시킨다.

탄저병은 높은 기온(일평균 23~27도)이 유지되고 비가 지속해서 내리는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잘 확산하기 때문이다.

송연희 안동 예안면 인계리 이장은 “고추와 사과를 못 쓰게 만드는 탄저병이 잘 생기는 상황이라 걱정된다”고 했다.

경남에서도 이런 병·해충에 긴장하는 모습이다. 경남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지역별 대표 농작물의 생육 상황 및 병·해충 발생

여부를 사전에 조사하기 위한‘관찰포’의 벼에서 ‘도열병’이 포착되고 있다. 도열(稻熱)은 문자 그대로 ‘벼가 탄다’는 의미로,

불에 그을린 것처럼 진한 갈색 반점이 벼에 퍼져나가 붙여진 이름이다. 또 유충이 벼와 밀 등의 잎을 갉아먹는 ‘혹명나방’도 관찰되고 있다.

농업기술원 관계자는 “최근 많은 비가 내리면서 농가들이 방제하기 어려웠고, 덥고 습한 날씨가 이어졌다 보니 병·해충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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